알츠하이머병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혈액검사만으로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제시됐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혈액 속 '원형 RNA(circular RNA, circRNA)'를 분석하면 기존 혈액 바이오마커보다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과 증상 진행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병리 변화가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인지기능이 정상일 때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는 뇌척수액 검사나 아밀로이드 PET 촬영이 정확한 진단 방법으로 활용되지만, 각각 침습적이거나 비용 부담이 큰 한계가 있다. 최근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인 pTau217이 주목받고 있지만, 연구진은 질병 진행 자체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405명과 인지기능이 정상인 816명을 포함한 총 1,221명의 혈액 RNA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과 유의하게 관련된 34개의 원형 RNA를 찾아냈다. 이후 이들 원형 RNA를 활용해 질환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별도의 독립 코호트와 A4 연구 코호트까지 포함해 반복 검증을 수행했다.
연구 결과, 기존 혈액 바이오마커와 비교해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34개 원형 RNA 모델은 뇌척수액 바이오마커로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을 구별하는 데 AUC 0.945를 기록해 혈장 pTau217(AUC 0.877)보다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여기에 pTau217을 함께 활용하면 AUC는 0.977까지 향상돼 두 바이오마커를 함께 사용할 경우 가장 높은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모델이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과도 구별되는지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전두측두엽 치매, 루이소체 치매에서는 예측력이 매우 낮게 나타나 대부분의 원형 RNA가 알츠하이머병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유럽계뿐 아니라 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인종에서도 비슷한 예측 성능을 보여 인종에 관계없이 활용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결과는 질병 진행 예측 능력이었다. 연구진은 혈액을 채취한 당시에는 인지기능이 정상이었지만 이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한 참가자들을 장기간 추적했다. 그 결과 원형 RNA 모델은 증상이 발생할 위험을 기존 pTau217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위험비(HR)는 2.92로 pTau217의 1.81보다 높았다. 증상 발생 5년 이내 진행 여부를 예측하는 분석에서도 원형 RNA 모델의 정확도(AUC 0.870)는 pTau217(AUC 0.676)과 아밀로이드 PET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두 바이오마커를 함께 활용했을 때는 예측력이 더욱 높아졌다. 원형 RNA와 pTau217이 모두 양성인 사람은 모두 음성인 사람보다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았으며, 실제로 두 바이오마커가 모두 양성인 참가자의 84%가 추적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했다. 반면 두 검사 모두 음성인 경우에는 약 15%만 질환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또 원형 RNA 변화가 언제부터 나타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혈액 속 원형 RNA는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약 2~4년 전부터 뚜렷하게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증상이 가까워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원형 RNA가 단순히 현재 질병 상태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증상 발현 시점을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아직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혈액 기반 원형 RNA는 비침습적이면서도 높은 정확도로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질병 진행을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 혈액 바이오마커가 주로 아밀로이드 병리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원형 RNA는 질병 진행 전반을 포착할 수 있어 향후 조기 진단과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치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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