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비정상적인 타우(tau) 단백질이 축적되고 점차 다른 뇌 영역으로 퍼지면서 신경세포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타우 단백질이 어떤 경로를 따라 확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시각 기능이 먼저 손상되는 드문 알츠하이머병 아형인 후대뇌피질위축증(Posterior Cortical Atrophy, PCA)에서는 이러한 확산 양상이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과 다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등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후대뇌피질위축증 환자의 타우 단백질 확산 양상이 뇌 기능 네트워크를 따른다는 점을 장기간 영상 분석을 통해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타우 병리가 단순히 인접한 뇌 영역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연결된 신경망을 따라 확산되며 질병이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아밀로이드 양성으로 확인된 초기 후대뇌피질위축증 환자 23명이 참여했다. 후대뇌피질위축증은 대부분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임상 증후군으로, 기억력 저하보다 시공간 인지와 시지각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시점과 평균 약 1.2년 후에 구조적 자기공명영상(MRI)과 타우 PET 검사를 시행했으며, 연구진은 두 시점의 영상을 비교해 타우 단백질 축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먼저 초기 PET 영상에서 타우 축적이 가장 많은 상위 10%의 뇌 영역을 '타우 중심부(epicenter)'로 정의했다. 이후 방향성 회귀 분석(directional regression analysis)을 이용해 이러한 중심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뇌 영역의 타우 축적을 예측하는지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타우 축적은 후대뇌피질위축증에서 처음 손상되는 시각 네트워크와 등쪽주의네트워크(Dorsal Attention Network, DAN)의 후방 영역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네트워크의 전방 영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에는 기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의 후방 영역까지 타우 병리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뚜렷한 확산은 등쪽주의네트워크의 전방 영역에서 관찰됐다.
연구진은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을 활용한 네트워크 분석도 수행했다. 그 결과 시각 네트워크와 기본모드네트워크 후방 영역은 타우 확산 과정에서 여러 뇌 영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연결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영역들이 질병이 진행되면서 타우 병리가 다른 기능 네트워크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 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는 타우 확산이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 초기 병변 부위와 기능적으로 강하게 연결된 영역일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타우 축적이 나타났으며, 기존의 기능적 뇌 네트워크 구조가 질병의 진행 경로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질병이 진행되면서 초기 타우 중심부에는 이미 병리가 상당 부분 축적돼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이후에는 기능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영역이 이차적인 타우 중심부로 전환되면서 병리가 점차 확산되는 계층적 진행(hierarchical progression) 양상이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에서 제안돼 온 타우 병리의 네트워크 기반 확산 가설을 후대뇌피질위축증 환자의 장기간 추적 자료를 통해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향후 항타우 치료 전략을 수립하거나 치료 표적을 설정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능적 네트워크를 고려한 영상 분석은 환자의 질병 진행을 예측하거나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초기 후대뇌피질위축증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연구라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또한 평균 약 1년의 추적 기간 동안 관찰된 변화인 만큼, 더 장기간의 연구와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임상 유형을 포함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 타우 확산 모델을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후대뇌피질위축증에서 타우 병리가 무작위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각 네트워크와 주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능적으로 연결된 뇌 회로를 따라 단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장기간 영상 자료를 통해 관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한편, 향후 질병 진행 예측과 표적 치료 전략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dementia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치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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